본문 바로가기
신화

[이집트 신화] 사막의 신 세트 vs. 하늘의 신 호루스, 신들의 전쟁

by 미숏로지 2025. 2. 8.
반응형

이집트 신화에서 세트(Set)와 호루스(Horus)의 대립은 신들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갈등 중 하나다. 이들의 싸움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질서와 혼돈, 정의와 불의가 충돌하는 우주적 전쟁이었다. 세트는 사막과 폭풍, 혼돈을 관장하는 신으로, 오시리스의 동생이며 호루스의 숙적이다. 반면, 호루스는 하늘과 왕권을 상징하는 신으로, 이집트 왕조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존재였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한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이집트 세계관을 반영한 거대한 신화적 서사로 자리 잡았다.

 

세트: 사막과 혼돈의 신

강력한 힘과 거친 성격

세트는 본래 사막과 이방인들의 신이었다. 사막은 생명력이 없는 가혹한 환경이었고, 세트는 그 거칠고 난폭한 기질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강력한 전투력과 교활한 지략을 지닌 그는 이집트 신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육체적 능력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오시리스 살해와 권력 찬탈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오시리스(Osiris)의 살해다. 세트는 자신의 형 오시리스를 질투해 잔인한 계략을 꾸며 그를 죽이고 왕좌를 차지했다. 오시리스를 나무 상자에 가둬 나일강에 던졌고, 이후 시체를 토막 내어 흩뿌렸다. 이는 단순한 살해가 아니라, 질서(마아트, Maat)에 대한 도전이었다.

전쟁의 신으로서의 역할

세트는 이집트인들에게 전쟁과 힘의 화신으로 여겨졌다. 그는 혼돈의 신이었지만, 동시에 강력한 방어의 신이기도 했다. 그의 힘은 너무나 강대해 태양신 라(Ra)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라의 태양 바크(solar barque)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명계를 통과할 때, 세트는 뱀신 아펩(Apep)과 싸우며 태양을 지켜냈다. 이는 그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호루스: 하늘과 왕권의 신

오시리스의 후계자

호루스는 오시리스와 이시스(Isis)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잃고 태어난 그는 어머니 이시스의 보호 아래 자라나, 결국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이집트 왕권을 되찾는 운명을 지닌 존재였다.

매의 신으로서의 위엄

호루스는 매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묘사된다. 매는 날카로운 시야와 빠른 움직임을 상징하는데, 이는 그의 전투 능력과 신성한 왕권을 반영하는 요소다. 이집트의 모든 파라오는 호루스의 화신으로 여겨졌으며, 즉위할 때마다 호루스의 이름을 받았다.

세트와의 대결: 80년 전쟁

호루스는 세트에게 왕위를 빼앗긴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고, 80년 동안 지속된 전쟁을 벌인다. 이 전투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신들과 인간, 자연의 법칙이 얽힌 거대한 충돌이었다.

  • 물리적 싸움: 호루스와 세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결투를 벌였다. 육탄전, 마법 대결, 변신 대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싸웠으며, 그 과정에서 호루스는 한쪽 눈을 잃었다.
  • 재판과 신들의 판결: 신들은 이 두 신의 싸움을 지켜보았으며, 결국 신들의 회의에서 호루스를 이집트의 정당한 왕으로 인정했다.

신들의 갈등이 의미하는 바

이집트 신화에서 세트와 호루스의 대결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이 신화가 상징하는 것은 질서와 혼돈의 균형, 그리고 정당한 왕권의 수립이다.

  • 세트는 혼돈이지만 필요악이었다. 그는 오시리스를 죽였지만, 태양신 라를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 호루스는 정당성을 가진 통치자였다.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싸웠고, 결국 정의를 실현했다.

이러한 서사는 이집트 왕권의 신성함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즉, 파라오는 호루스의 후계자로서 정당한 지배권을 가진 존재였으며, 그의 통치는 혼돈을 제압하는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세트와 호루스, 끝없는 대립

세트와 호루스의 싸움은 단순히 신화 속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 대립은 고대 이집트 사회의 가치관과 정치적 질서를 반영한 이야기였다. 결국 호루스가 왕위를 차지하지만, 세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사막과 외부의 위협을 상징하는 존재로 남아, 이집트의 적들을 대표하는 신으로 자리 잡는다.

이처럼 세트와 호루스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 투쟁이었다. 이들의 전쟁은 왕권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세계가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