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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피톤을 처단한 아폴론, 어머니 레토의 복수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by 미숏로지 202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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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태어난 빛의 신

어둠이 깔린 델로스 섬, 고통 속에서 신의 아들이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레토는 오랜 시간 방황해야 했다. 제우스의 연인이었던 그녀는 헤라의 분노를 샀고, 어느 곳에서도 안식처를 찾을 수 없었다. 바다의 파도가 그녀를 밀어냈고, 대지는 그녀를 거부했다. 하지만 델로스 섬은 그녀를 받아들였다.

열아홉 밤낮의 고통 끝에, 그녀는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아폴론을 낳았다. 갓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폴론의 존재는 빛과 질서를 의미했다. 그는 장차 신들 중에서도 가장 찬란한 존재가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 마주한 세상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원한, 피톤의 저주

아폴론이 태어나기도 전, 대지는 그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감을 가장 두려워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피톤이었다.

피톤은 가이아의 자식으로, 거대한 뱀 혹은 용의 형상을 한 괴물이었다. 그는 델피의 깊은 동굴에서 나와 예언을 전하고,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자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하나의 역할이 있었다. 레토를 쫓아다니며 그녀의 생명을 끊으려 한 것.

헤라의 명령을 받은 피톤은 레토를 끝없이 괴롭혔다. 그녀가 한숨 돌리려 하면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고, 도망치려 하면 그의 날카로운 이빨이 목덜미를 겨누었다. 신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 그녀는 단 한 가지 희망을 품었다. 태어날 아이가, 그녀의 원한을 풀어줄 것이라는 희망을.

아폴론의 성장과 복수의 서막

아폴론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는 황금빛 활과 은빛 화살을 손에 쥐었고, 하늘과 땅을 꿰뚫는 신적인 힘을 익혔다. 어머니의 고통을 들으며 그는 단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피톤을 처단할 것.

어느 날, 그는 델포이의 산속으로 향했다. 피톤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신비로운 힘을 키우며,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폴론이 모습을 드러내자, 피톤도 위협을 느꼈다. 그동안 추적하던 레토의 아들이 이렇게 강하게 자라났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신과 괴물의 대결

하늘이 어두워지고, 대지는 숨을 죽였다. 피톤은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아폴론을 노려보았다. "신의 아들이라 해도,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아폴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활을 들었다. 손끝에서 빛이 번쩍였다. 첫 번째 화살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고, 피톤의 비늘을 스쳤다. 두 번째 화살이 그의 살점을 뚫었다. 피톤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몸을 틀어 아폴론에게 달려들었지만, 신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폴론은 피톤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신속하게 움직이며 마지막 화살을 겨누었다. 그리고 마침내, 은빛 화살이 피톤의 심장을 꿰뚫었다.

피톤의 최후와 델포이의 탄생

피톤의 거대한 몸이 무너졌다. 대지가 진동했고, 바람이 멎었다. 이 순간, 델포이의 시대가 열렸다.

아폴론은 피톤이 쓰러진 자리에 신전을 세우고, 자신의 신탁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델포이 신탁의 시작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인간들에게 진리를 전하고, 운명을 예언했다. 델포이는 이후로도 오랜 세월 동안 그리스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남게 되었다.

 

빛의 신, 정의를 실현하다

아폴론은 단순히 복수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에 질서를 가져왔고, 혼돈을 몰아냈다. 피톤은 원래 대지의 수호자로 태어났지만, 헤라의 명령 아래에서 타락했다. 아폴론은 그를 제거함으로써, 세상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어머니 레토의 고통은 이로써 끝이 났다. 그리고 아폴론은 신들의 세계에서도 더욱 강력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는 단순한 전사(戰士)가 아니었다. 그는 예언의 신, 음악의 신, 빛의 신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은 신화의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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